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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배기

20240718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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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ixabay.com/ko/photos/%EA%B3%B5%ED%95%AD-%EC%B7%A8%EB%A6%AC%ED%9E%88-%EC%B6%9C%EA%B5%AD%EC%9E%A5-%EB%8C%80%EA%B8%B0%EC%8B%A4-335589/

 

엄청난 비가 내렸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다 보면 태풍이 와서 비행이 취소되려나 걱정이 됐다. 맑았다 흐렸다 밤새 비가 오고 난리였다. 내가 사는 곳은 비가 소강상태였는데, 출국 당일 경기 북부 폭우가 예고 되어 걱정이 됐다. 가족은 늘 공항까지 데려다 주고, 귀국시 데리러 오곤 했었는데, 이번 출국 비행기는 너무나도 오전이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폭우도 걱정이 됐고. 

공항버스 타기

새벽에 공항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많았다. 미리 공항리무진을 예약해 두었는데 그냥 왔으면 못탈뻔 했다. 가격 만큼이나 좌석이 엄청 편안했다. 여름에 대중교통은 에어콘을 늘 틀고 있어 가끔 춥기도 해서  겉옷을 늘 가지고 다니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긴 팔 후디를 준비해가서 괜찮긴 했지만 비가내려 습한 날씨에는 버스안에서 에어콘을 안틀 수 없을 것 같다. 버스에 오르자 나시를 입은 여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좌석의 에어컨을 닫기 시작했다. 좌석마다 두개의 에어콘은 각 좌석용인데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옆좌석의 나시 입은 여자는 두개의  에어콘을 잠갔다. 친절하게도 버스는 전자온도계로 온도를 표시하고 있었다. 30.3도. 뒷자리의 중국인들은 조용한 새벽 버스에서 떠들기 시작했다. 습하고 시끄러운 버스.

인천으로 향할 수록 엄청난 비가 내렸다. 창문을 두드리는 비가 아니라 물폭탄처럼 창문을 타고 흘렀다. 공항에 다가올 수록 비는 덜 내렸지만, 내리자 마자 폭우가 쏟아졌다.

위탁수화물 붙이기

22.5 킬로그램짜리 짐을 버스 짐칸에서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끌어내리자 마자 공항 문을 들어서니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로 정말 가득차 있었다. 도착하자 마자 할일은 집에서 대충 잰 이 트렁크 무게를 다시 재는 것이었는데, 가득찬 사람들 사이에서 현기증이 나고 정신을 잃어 정신을 차렸을 땐 아시아나 직원에 이끌려 자동 수화물 줄에 서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 하고 있었다. 금방 내 차례가 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무게를 재 보니 22.5Kg. 추가 요금 없이 짐을 붙였다.  짐을 붙이고, 보안확인 되기까지 한 5분을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탑승권 재출력 

탑승구가 포함된 탑승권을 재출력하려고 체크인 기계앞으로 갔다. 옆에 있던 어른들이 갑자기 날 툭 친다.  도움을 요청하는 말이 아니라 마치 시키는 것 마냥. " 이게 안되네!" 하며 여권을 내민다. 난 항공사 직원이 아닌데!  옆에 동행 여자분은 다른 분이 도와주시고 있었고, 남자분이 내게 여권을 내민다. 여권 스캔을 못하는 건가 싶어 스캔을 했더니 체크인도 되어 있지 않아 모든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 여기 보시면 필요한 정보 다 입력해야 해요" 라고 말하니 필요한 정보를 옆에 있는 여자분이 출력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체크인 카운터로 가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안내 드린 후,  탑승구가 포함된 탑승권으로 재출력한 후 출국장으로 향했다. 

출국장으로 

출국장은 늘 붐벼서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래도 세계 어디보다 인천 공항은 출국, 입국 수속이 편하고 쾌적한 편이긴 하다. 줄을 섰지만 빠르게 줄은 줄어들어 짐검사를 마치고 자동 출국장 통해서 바로 수속을 완료했다. 국적기이다 보니 열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 없이 탑승구는 엄청 가까웠다. 탑승구 근처에서 김밥을 하나 사서 먹으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밖을 구경했다. 원래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흡연실이 탑승구 중간중간 있었다. 막 흡연을 마치고 돌아온 중국 남자가 옆에 앉아 독한 담배냄새를 참지 못해 자리를 옮겼다. 폭우가 쏟아진다. 

탑승 

비행기 준비가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가 나왔다. 차례로 줄을 서서 탑승. 앞쪽이다 보니 빠르게 백팩을 짐칸에 넣고 앉아있었다. 짐을 넣어달라는 승객. 넣어주진 못하나 같이 도와드릴 수 있다는 승무원 외침. 내 좌석 짐칸이 다 찼다고 항의하는 승객. 내옆에 두좌석이 모두 차고 탑승은 모두 마친것 같았다. 탑승이 지연되어 40분 후에나 이륙했다. 도착 시간은 계속 지연되어 1시간 넘게 지연된다고 앞좌석 스크린에서 알림이 왔다. 

식사 - 아시아나 식단

국적기 밥이 역시 맛있다. 소고기 쌈밥으로 선택. 막상 호주로 가려니 입맛이 없었는데 쌈밥을 싹싹 다 먹었다. 배가 더부룩 할 거 같아 걱정이었는데 소화가 잘되는 매직. 머큐리 상을 받았다고 한다. 

 

https://flyasiana.com/C/KR/KO/contents/in-flight-meals-economy-class

 

중간에 간식으로 부리또 나와 흡입. 저녁은 해물덮밥으로 선택해서 싹싹 다 긁어 먹었다. 좋아하지 않는 빵은 남겼다. 

좌석 

앞 좌석의 중국커플이 이코노미 스마티움으로 나보다 넓을 텐데 뒷자석을 바짝 눕혀서 엄청 불편하게 했다. 식사시간에도 젖혀져 있어 승무원에게 말할 찰나, 배식하던 승무원이 먼저 좌석 당기라고 큰소리로 말해주셨다. 3-3-3 좌석에 통로쪽이다 보니 안쪽 두명이 나올때마다 일어서줘야 하는 불편함. 다음엔 가운데 3 좌석으로 앉아야 겠다. 난기류가 여러번 있어 여러번 심쿵하며 살려달라고 빌어야 했다. 좌석의 손잡이를 꼭 잡고 발을 땅에 붙인채.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밥먹고 잠을 잤다. 10시간이 넘는 시간에, 지연까지.  빨리 도착했으면.

착륙

드디어 착륙. 1시간이 넘게 지연된데다가 착륙시간과 다르게 비행기가 탑승구로 가는 시간은 착륙시간과 별개였다. 이 시간까지 하면 1시간 반가량 늦었나. 밤이 늦은 시간이고 공항 버스는 새벽1시가 막차였다. 

입국 수속 

호주에서도 한국 전자여권은 자동 수속이 된다. 입국 수속 기기에 줄을 선 후 여권을 넣으면 자동으로 한국어가 나와 안내가 시작된다. 차례대로 내용을 선택, 입력하고 나면 수속 문서가 출력된다. 사진과 함께. 이문서도 입국카드와 함께 제출해야 하므로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능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입국 수속 기기에서 빠르게 수속하는게 좋다. 짐찾는 곳이 가까워질 수록 줄이 길다. 입국 수속완료 까지는 정말 5분도 안걸렸다.

짐찾기

여행하면서 짐 찾는게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이 처음이었다. 짐이 너무 안나와서 분실 되었나 싶을 정도로. 비행이 지연되었고 공항버스 막차가 1시. 예약해 놓은 호텔까지 짧은 거리지만 걸어야 해서 불안했다. 귀국시 인천공항 짐 찾을 때 짐들이 시원하게 쑥쑥 떨어져서 컨베이너 벨트에서 돌던데 호주 공항에서 짐은 나오다 말다 하고, 벨트가 삐걱대고 잘 돌지 않았다. 게다가 3개의 비행기에서 짐이 섞여 나왔다. 1시간이 넘게 기다려서야 가방을 찾았다.

짐을 찾고 나와서 이제 입국 수속 문서와 입국카드만 내면 되겠거니 했는데 왠걸. 줄이 길었다. 또아리 튼 뱀처럼. 이게 몇 바뀌인건지. 문서 제출하는 마지막 관문도 이렇게 줄이 길다니 멘붕이었다. 한참 줄을 기다리고 내 차례에서 문서를 내자 너희 둘이 같이인거니?라고 심사관(?)이 묻는다. 난 혼자인데 무슨 소리인지 하고 뒤돌아보니 내 뒷통수 바짝 인도인이 붙어 있었다. 내가 심사를 받는 동안 바닥에 붙어있는 안내 줄 저 멀리 서있어야 하는데 여행유투버의 인도여행 비디오에서 본 것 처럼 내 뒷통수에 바짝 붙어 따라온것.  혼자라고 다시 말하고, 가지고 있던 상비약들 적은 내용을 한번 더 확인 후 바로 입국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 홍콩 경유시에서도 인도 사람들은 별도로 줄을 세웠었는데 정말 뒷통수에 바짝바짝 붙어있다. 이게 그들의 줄을 서는 방식인건가.

공항버스 타기 

붐비는 입국장을 뚫고 나와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키오스크에서 시티행 티켓을 끊고 정류장에 줄을 섰다. 앉을 수 있는 좌석의 승객만 태우는지 좌석을 확인한 기사가 나와 내 뒷 사람까지만 버스에 태웠다. 새벽 12시 20분 시티로 출발. 

호텔로 걷기 

승객이 많아서 밤에 같이 걸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기차역 앞에 내리자마자  어디론가 다들 흩어졌다. 내리는 곳에서 가까운 호텔로 예약했는데 그 방향으로 걷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뒤에서 캐리어 끄는 소리가 나며 어떤 여자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길을 걷게 되었다. 호텔 문 앞에서 벨을 누르는데 바로 옆에 문신이 가득한 히스패닉 남자가 기대어 서서 뭐라고 읖조리고 있었다. 문이 빨리 열리기 기다리는 나, 이 호텔에서 묵는 건 아닌지 빠르게 지나가는 뒤따라오던 여자. 문이 열리고 혹시 남자가 뒤따라오는지 보며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 

체크인하는 곳엔 인도인인지 파키스탄인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도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방을 주었다. 이렇게 큰 가방을 들고. 다시 가서 방을 바꿔 달라했지만 방이 없다며 본인이 짐 옮기는 것을 도와준다고 한다. 나와 몇초 차로 들어온 남자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바로 갈 수 있는 방을 줬던데. 늦게 체크인 했다며 체크아웃 시간을 무료로 1시간 늘려줬다. 

씻고 누우니 새벽 2시.

호주에 무사히 도착했다.